자동차 부품 회사로 잘 알려진 덴소(DENSO)가 이제 농업 분야에서 본격적으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일본을 대표하는 부품업체인 덴소는 오랫동안 도요타를 비롯한 자동차 회사에 핵심 부품을 공급해왔죠. 자동화, 대량생산, 로봇 공정 같은 분야에서 쌓아온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그런데 이 기술이 이제는 농업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사실, 꽤 흥미롭지 않나요?
네덜란드 셀톤 인수로 시작된 농업 자동화
2023년, 덴소는 네덜란드의 온실 전문 기업 **셀톤(Certhon)**을 전격적으로 전량 인수했습니다 [1]. 셀톤은 1896년 설립된 회사로, 온실 설계부터 환경 제어, 재배 시스템 통합까지 농업 온실에 관한 세계적인 노하우를 갖고 있습니다.
사실 덴소와 셀톤은 2020년부터 이미 손을 잡고 합작사를 운영하며 아시아 시장을 중심으로 스마트 농업 솔루션을 제공해왔습니다. 하지만 전면적인 인수를 통해 이제는 자동차 자동화 기술과 첨단 온실 재배 기술이 본격적으로 하나로 합쳐졌습니다.
이 조합이 가지는 의미는 분명합니다. 덴소는 “자동차에서 다져온 자동화와 정밀 기술”을, 셀톤은 “농업 현장의 경험과 설비 노하우”를 내놓으면서 농업의 완전 자동화를 현실로 끌어오고 있다는 점이죠.
“돈이 되는 농업”을 향한 발걸음
농업은 힘들고 수익성이 낮다는 인식이 여전히 강합니다. 하지만 덴소는 이번 인수를 통해 돈이 되는 농업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드러냈습니다. 농업이 돈이 된다면? 자연스럽게 젊은 세대가 농업에 뛰어들고, 인력 부족 문제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특히 덴소가 토마토, 그중에서도 체리 트러스 토마토에 집중한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유럽은 세계에서 가장 큰 온실 시장을 보유하고 있고, 이 중에서도 토마토가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입니다. 체리 토마토는 수확 과정에서 손이 많이 가는 작물로, 노동 시간이 전체 작업의 30% 이상을 차지할 만큼 인건비 부담이 큽니다. 실제로 일부 농장에서는 총 비용 중 70% 가까이가 인건비로 나간다는 조사도 있습니다. 따라서 자동화의 효과가 가장 크고, 상업적 파급력이 높은 작물이 바로 체리 토마토였던 것이죠 [3].
The current state of large-scale greenhouse in Europe (출처: 덴소 홈페이지)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자동 수확 로봇 Artemy와 대형 스마트 온실 AgriD입니다. 두 시스템은 단순한 실험이 아니라, 이미 실제 농가에서 활용되고 있는 솔루션이에요.
자동 수확 로봇 Artemy
Artemy [3]는 체리 토마토 전용 완전 자동 수확 로봇으로, 덴소와 셀톤이 함께 개발했습니다. 로봇이 온실 안을 자율 주행하며, 카메라와 AI로 토마토의 숙도(익은 정도)를 판별해 꼭 필요한 토마토만 정밀하게 수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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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 자동수확로봇 Artemy (출처: 덴소 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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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 주행: 좁은 온실 레인 사이를 스스로 이동하며 장애물을 피해 다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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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숙도 판별: 붉게 익은 토마토만 정확하게 골라내고, 덜 익은 것은 그대로 두어 품질을 높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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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 상자 교체: 수확 상자가 가득 차면 스스로 교체하고, 트롤리에 실어 옮겨주기까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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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간 작동: 배터리 교체만으로 밤낮 없이 일할 수 있어, 인력 의존도를 크게 줄여 줍니다.
실제로 네덜란드의 대형 온실 농가에서 테스트한 결과, 노동력 약 40% 절감 효과를 보여주며 큰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대형 스마트 온실 AgriD
AgriD는 덴소가 추진하는 스마트 온실 브랜드로, 농업 생산을 하나의 ‘공장’처럼 관리하려는 시도를 담고 있습니다.
AgriD의 생산통합관리시스템 (출처: 덴소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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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제어 시스템: 온도, 습도, CO₂, 빛을 AI로 제어해 작물이 자라기 가장 좋은 조건을 유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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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V(무인 운반차): 온실 내부에서 작물을 운반하거나 수확물을 실어 나르는 작업을 자동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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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 소독·청결 관리: 병충해 예방을 위한 위생 관리까지 자동화 시스템으로 이루어집니다.
일본과 유럽에서는 이미 AgriD 모델 온실이 가동되고 있으며, 기존 농업과는 전혀 다른 **‘공장형 농업’**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2025년, 종자까지 손을 뻗다: Axia 인수
덴소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2025년에는 네덜란드의 토마토 종자 육종사 Axia Vegetable Seeds를 인수했습니다 [4-6]. 이 인수는 단순히 씨앗을 확보하는 차원이 아닙니다. 이제는 토마토 재배의 출발점인 종자부터 수확까지, 전 과정을 덴소가 통합 관리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겁니다.
Axia는 고품질·고수확·내병성 토마토 품종을 개발해온 회사입니다. 덴소는 여기에 자신들이 가진 AI, 영상 인식, 자동화 기술을 접목해 자동화 농법에 최적화된 종자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AI를 활용해 육종 기간을 단축하고, 새로운 품종을 더 빨리 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 시스템까지 준비 중입니다.
덴소가 토마토 종자 회사인 Axia를 선택한 것도 전략적인 결정이었습니다. 토마토는 유럽 온실에서 가장 중요한 작물이고, 특히 체리 토마토는 자동화 수확 기술이 가장 절실히 요구되는 품목이죠. 수확 로봇 Artemy나 스마트 온실 AgriD가 효율적으로 작동하려면, 기계가 다루기 쉬운 특성을 가진 종자가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균일하게 성장하고 수확 시 손상에 강한 품종은 로봇 작업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종자 단계부터 자동화에 최적화된 품종을 개발하는 것은 덴소의 ‘씨앗에서 수확까지’ 전략의 핵심 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씨앗에서 수확까지, 수직 통합의 그림
이제 덴소는 단순히 농업 자동화를 실험하는 단계가 아닙니다. 종자 개발(Axia) → 재배 및 환경 제어(Certhon) → 수확 및 생산(DENSO의 로봇 기술)까지, ‘씨앗에서 수확까지’ 이어지는 완전한 수직 통합 모델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이런 구조가 완성된다면, 덴소는 농업의 새로운 표준을 만들어갈 가능성이 큽니다. 농업을 불안정한 산업이 아닌, 데이터와 자동화가 결합된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산업으로 바꿀 수 있기 때문이죠.
앞으로의 농업을 상상하며
덴소가 그리고 있는 그림은 단순한 농업 혁신이 아니라, 산업으로서의 농업입니다. 돈이 되는 농업, 젊은 세대가 들어올 수 있는 농업, 그리고 기후 변화에도 흔들리지 않는 농업.
2025년 현재 덴소의 행보를 보면, 앞으로 농업의 모습은 지금과는 많이 달라질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그 변화의 중심에는 “토마토”라는 구체적인 작물이 있다는 점이 꽤 상징적입니다.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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